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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보로네츠 수도원의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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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동북쪽 몰도바 지방에는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여러 수도원들이 모여 있다. 15, 16세기에 걸쳐 건립된 이들 수도원들은 비잔틴 미술과 독특한 지방색이 결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 수도원들은 15세기에 집권하였던 슈테판 대공(재위 1457~1504)이 오스만 터어키의 침공을 물리치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뜻으로 봉헌한 것들인데 약 30여 곳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이 잦았던 루마니아는 슈테판 대공의 승리로 당시 유럽을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잠시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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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네츠 수도원 서쪽 정면, 1488년, 몰도바, 루마니아.
이들 수도원 중 하나인 보로네츠 수도원은 1488년에 건립이 되었는데 그 외관이 자못 특이하다. 마치 모자를 연상케하는 지붕 아래로 벽화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벽화들은 1547년 즉 건물 건립 약 60년 후에 그려진 것으로 몰도바의 주교였던 그레고리 로슈카가 조성하여 승리의 순교자인 게오르게에게 봉헌 한 것이다. 이 외벽에는 최후의 심판과 이새의 나무, 그리고 성인들이 가득 그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최후의 심판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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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벽화, 1547년
작가는 알 수 없으나 이 벽화는 시스틴 성당의 최후의 심판을 연상시키기에 동방의 시스틴 성당이라는 별칭이 있기도 하다. 이 화면 뿐 아니라 보로네츠의 벽화들에는 그 재료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기묘한 색깔의 푸른 청색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보로네츠의 청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스틴 성당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표현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 흘러 나는 붉은 보혈의 강에 갇힌 지옥 권세 마귀의 표현이 독특하다.
이 최후의 심판은 크게 다섯 단으로 나누어져 그려져 있는데 맨 위에는 성부 하나님이, 두 번째 단에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가 12사도와 함께 수많은 천사들에 둘러 싸여 있다. 셋째 단에는 비둘기로 묘사된 성령 하나님의 보좌아래 성도들의 기도가 담긴 향로와 저울이 중앙에 그려져 있고 왼쪽에는 바울이, 오른쪽에는 십계명의 돌판을 든 모세가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심판의 저울 앞으로 인도하고 있다. 오른쪽의 무리들 중에는 교황이나 왕들, 그리고 터번을 쓴 터어키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지옥으로 향하는 무리들을 묘사한 듯하다.
또 그 아래 단에는 열쇠를 든 베드로가 있고 천국으로 인도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서 있는 장면도 있고 오른쪽에는 죽은 자들이 다시 소생하는 장면들이 있다. 제일 아랫단에는 영원한 천국에 살고 있는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보로네츠의 특이한 푸른색을 바탕으로 황금색과 강렬한 붉은 색이 교차하는 화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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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의 나무, 1547년, 부분
다른 벽면에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이새의 나무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사 11:1 라고 하는 대목에 근거하여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로부터 시작되어 마침내 예수님이 탄생하는 것을 나무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주제는 일반 회화나 조각 그리고 스테인드 글래스에서 간혹 나타나고 있는데 이 수도원에 그 아름다운 청색을 바탕으로 그려져 있어 이채롭다.
지금은 유럽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초대교회 당시에는 어쩌면 복음이 더욱 흥왕했을 이곳 루마니아에서 수백년 전에도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마지막 주님 앞에 서는 날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던 그 신앙심이 거짓과 허영에 물든 이 마지막때 오늘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묵묵히 생각하게 한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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